'채권의 안전성+ 직접투자의 수익률' = ?
아마 누군가 당신에게 예금이나 채권처럼 안전하면서 20~30%의 고수익을 주는 상품이 있다고 소개한다면 십중팔구 '미끼'일 가능성이 높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고수익 상품에는 고위험이 실과 바늘처럼 엮여져 있는 법이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발 빠른 '큰손'들의 재테크 바구니에 빠짐없이 담겨있다는 외화표시채권은 다소 예외적이다.
박근훈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센터 상품개발팀장은 "일부 외화표시채권은 주식투자에서나 가능한 수익률인 20%가 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수반되는 리스크는 크지 않아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안 그래도 투자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인 저금리시대에 눈이 번쩍 떠지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외화표시채권을 사기 위해 돈 보따리 매고 은행으로 달려갈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 관심을 갖는 경우는 많지만 상품이 워낙 한정적이라 일부 부자 고객들에게만 알음알음 판매된다.
일반인은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귀하신 몸'인 외화표시채권이 도대체 뭐길래?
◆두 자릿수 수익에 세테크 효과까지
지난 2월 하나은행이 판매한 현대캐피탈 엔화표시 채권은 세전 기대 수익률이 14.5%. 110억 한도로 판매된 이 채권은 불과 30분 만에 동이 났다.
지난 2월 국민은행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한 산업은행 달러표시 채권은 세전 기대수익률이 7%.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팀장은 "압구정PB센터에서만 약 50억원 상당의 산업은행 달러표시 채권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며 "최근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외환표시채권에 관심이 몰려 못 팔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외화표시채권은 정부나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달러나 엔화, 유로 등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 해외에서 보는 국내기업을 보는 시각이 국내에서 보는 시각보다 훨씬 안 좋기 때문에 같은 기업에서 발행된 채권이라 해도 국내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게 형성돼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4월9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엔화표시 채권의 엔화 금리는 10%대. 환헤지 비용 등을 제하고도 6% 후반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국내에서 발행하면 같은 만기의 상품이라도 4%대의 수익률에 그친다.
우리은행 달러표시 후순위채권은 환 헤지 비용과 세금 등을 떼고도 4월9일 기준 기대 수익률이 무려 16.97%에 달한다. 박근훈 하나은행 상품개발팀장은 "우리은행 달러표시채권의 경우 판매 1주일 만에 평가 이익이 약 15%나 발생했다"고 했다.
세테크 효과도 있다. 채권은 발행 당시 표시된 금리에 한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우리은행 달러표시 후순위채권의 경우 채권에 표시된 금리는 단 6%. 그런데 사실상 기대 이익이 16%가 넘는다면 약 10%는 비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단, 사모펀드의 형태로 판매되는 경우에는 수익 전체가 과세 대상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은 환헤지로 대비할 수 있다. 엔화나 유로 등의 외화표시채권은 달러를 매개로 다시 한번 환헤지 해야 하기 때문에 헤지 비용이 달러표시 채권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상품의 형태는 다양하다. 박근훈 팀장은 "사모펀드나 신용연계채권(CLN)의 경우 환헤지가 이미 된 상태로 판매되고, 신탁이나 채권계좌로 연계되는 상품의 경우 환헤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부도 및 만기 보유 리스크는 고려해야
아무리 좋은 상품도 '옥의 티'는 있는 법. 외화표시채권도 일반 채권 투자와 마찬가지 수준의 최소 리스크는 따른다. 최악은 기업의 부도다.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정도의 기업은 국내 신용평가들로부터 최소 A- 이상이 되는 우량기업 중심이지만 극단적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기간 리스크 및 평가 가격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외화표시채권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되팔기는 더 어렵다.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외화표시채권은 채권에 표시가 된 만기가 아니라 콜 옵션 행사 시기를 실질적인 만기로 본다. 그러나 지난 2월 우리은행이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5년을 기다려야 원금을 받게 되는 리스크가 추가됐다.
이를테면 4월9일 기준의 우리은행 외화표시채권의 16.97%%란 기대 수익률이란 콜 옵션 행사 시기인 2011년 5월3일을 사실상 만기로 보는 것. 만일 이때 콜 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만기인 2016년 5월3일에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00의 액면 가치를 지닌 채권을 77에 구입한 가격의 이익이 늘어난 보유 기간으로 인해 희석된다. 기대 수익률은 연 4.19% 정도로 뚝 떨어지게 된다.
박근훈 팀장은 "만일의 경우에도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는 받을 수 있지만 애초 예상했던 주식 수준의 수익은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아쉬운 것은 이러한 외화표시채권의 수익률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며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지난해 10월 무렵이 한창 정점을 달리던 시기. 당시 돈이 메마른 해외 해지펀드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화표시채권을 대거 시장에 내놓으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 당연히 채권 수익률이 고공 행진했다.
하이닉스 외화표시채권의 경우 지난해 12월 최고 70%의 수익률이란 '잭팟'을 터트렸다. 그러나 현재는 기대 수익률이 20% 미만으로 내려왔다.
외화표시채권은 환 헤지 후 기대 수익률이 국내 채권 수익률보다 높을 경우에 한해서 투자 가치가 있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박근훈 팀장은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4~5%에 달했던 한국 CDS(부도리스크)가 현재는 3%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며 "올 하반기쯤에는 굳이 국내 원화 투자자들이 환헤지 비용을 쓰며 외환표시채권에 투자할 정도로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금리 매력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 누군가 당신에게 예금이나 채권처럼 안전하면서 20~30%의 고수익을 주는 상품이 있다고 소개한다면 십중팔구 '미끼'일 가능성이 높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고수익 상품에는 고위험이 실과 바늘처럼 엮여져 있는 법이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발 빠른 '큰손'들의 재테크 바구니에 빠짐없이 담겨있다는 외화표시채권은 다소 예외적이다.
박근훈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센터 상품개발팀장은 "일부 외화표시채권은 주식투자에서나 가능한 수익률인 20%가 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수반되는 리스크는 크지 않아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안 그래도 투자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인 저금리시대에 눈이 번쩍 떠지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외화표시채권을 사기 위해 돈 보따리 매고 은행으로 달려갈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 관심을 갖는 경우는 많지만 상품이 워낙 한정적이라 일부 부자 고객들에게만 알음알음 판매된다.
일반인은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귀하신 몸'인 외화표시채권이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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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릿수 수익에 세테크 효과까지
지난 2월 하나은행이 판매한 현대캐피탈 엔화표시 채권은 세전 기대 수익률이 14.5%. 110억 한도로 판매된 이 채권은 불과 30분 만에 동이 났다.
지난 2월 국민은행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한 산업은행 달러표시 채권은 세전 기대수익률이 7%.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팀장은 "압구정PB센터에서만 약 50억원 상당의 산업은행 달러표시 채권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며 "최근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외환표시채권에 관심이 몰려 못 팔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외화표시채권은 정부나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달러나 엔화, 유로 등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 해외에서 보는 국내기업을 보는 시각이 국내에서 보는 시각보다 훨씬 안 좋기 때문에 같은 기업에서 발행된 채권이라 해도 국내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게 형성돼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4월9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엔화표시 채권의 엔화 금리는 10%대. 환헤지 비용 등을 제하고도 6% 후반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국내에서 발행하면 같은 만기의 상품이라도 4%대의 수익률에 그친다.
우리은행 달러표시 후순위채권은 환 헤지 비용과 세금 등을 떼고도 4월9일 기준 기대 수익률이 무려 16.97%에 달한다. 박근훈 하나은행 상품개발팀장은 "우리은행 달러표시채권의 경우 판매 1주일 만에 평가 이익이 약 15%나 발생했다"고 했다.
세테크 효과도 있다. 채권은 발행 당시 표시된 금리에 한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우리은행 달러표시 후순위채권의 경우 채권에 표시된 금리는 단 6%. 그런데 사실상 기대 이익이 16%가 넘는다면 약 10%는 비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단, 사모펀드의 형태로 판매되는 경우에는 수익 전체가 과세 대상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은 환헤지로 대비할 수 있다. 엔화나 유로 등의 외화표시채권은 달러를 매개로 다시 한번 환헤지 해야 하기 때문에 헤지 비용이 달러표시 채권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상품의 형태는 다양하다. 박근훈 팀장은 "사모펀드나 신용연계채권(CLN)의 경우 환헤지가 이미 된 상태로 판매되고, 신탁이나 채권계좌로 연계되는 상품의 경우 환헤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부도 및 만기 보유 리스크는 고려해야
아무리 좋은 상품도 '옥의 티'는 있는 법. 외화표시채권도 일반 채권 투자와 마찬가지 수준의 최소 리스크는 따른다. 최악은 기업의 부도다.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정도의 기업은 국내 신용평가들로부터 최소 A- 이상이 되는 우량기업 중심이지만 극단적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기간 리스크 및 평가 가격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외화표시채권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되팔기는 더 어렵다.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외화표시채권은 채권에 표시가 된 만기가 아니라 콜 옵션 행사 시기를 실질적인 만기로 본다. 그러나 지난 2월 우리은행이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5년을 기다려야 원금을 받게 되는 리스크가 추가됐다.
이를테면 4월9일 기준의 우리은행 외화표시채권의 16.97%%란 기대 수익률이란 콜 옵션 행사 시기인 2011년 5월3일을 사실상 만기로 보는 것. 만일 이때 콜 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만기인 2016년 5월3일에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00의 액면 가치를 지닌 채권을 77에 구입한 가격의 이익이 늘어난 보유 기간으로 인해 희석된다. 기대 수익률은 연 4.19% 정도로 뚝 떨어지게 된다.
박근훈 팀장은 "만일의 경우에도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는 받을 수 있지만 애초 예상했던 주식 수준의 수익은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아쉬운 것은 이러한 외화표시채권의 수익률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며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지난해 10월 무렵이 한창 정점을 달리던 시기. 당시 돈이 메마른 해외 해지펀드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화표시채권을 대거 시장에 내놓으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 당연히 채권 수익률이 고공 행진했다.
하이닉스 외화표시채권의 경우 지난해 12월 최고 70%의 수익률이란 '잭팟'을 터트렸다. 그러나 현재는 기대 수익률이 20% 미만으로 내려왔다.
외화표시채권은 환 헤지 후 기대 수익률이 국내 채권 수익률보다 높을 경우에 한해서 투자 가치가 있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박근훈 팀장은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4~5%에 달했던 한국 CDS(부도리스크)가 현재는 3%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며 "올 하반기쯤에는 굳이 국내 원화 투자자들이 환헤지 비용을 쓰며 외환표시채권에 투자할 정도로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금리 매력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